[딜사이트경제TV 이진실 기자] 금융당국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또 롯데손보가 규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계약자 및 채권자 보호를 저해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8일 입장문을 통해 “후순위채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손실흡수 기능을 통해 계약자 보호 역할을 해야 하므로, 조기상환은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롯데손보는 관련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상환을 추진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후순위채를 조기 상환하기 위해서는 상환 이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해야 한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2024년 말 기준 킥스 비율은 154.6%이지만 이는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대한 예외모형을 적용한 수치로,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127.4%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롯데손보가 제출한 올 3월말 예상 킥스 비율은 150%를 크게 밑돌았다"며 "이에 따라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위한 차환 발행이 필수였지만, 회사는 투자수요를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지난 1월 31일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2024년 가결산 수치가 내부적으로 산출됐음에도 2024년 3분기 수치만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롯데손보는 발행 예정일 하루 뒤인 지난 2월13일 2024년 잠정실적을 공시했는데, 당기순이익은 272억원으로 전년(3016억원) 대비 91% 급감했다. 뿐만 아니라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대한 예외모형만 기재했으며 대주주 인수계약서상의 EOD(기한이익상실) 발생 위험 등도 누락돼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해당 사항들이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투자 위험을 기재하도록 지시했고, 롯데손보는 2월 5일 증권신고서를 자진 철회했다.

금감원은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위해서는 보험업법 및 감독규정에 따라 감독당국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며, 롯데손보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롯데손보가 일반계정 자금을 활용해 계약자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건전성 저하 상태에서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은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험업감독규정 제7-10조 제5항은 후순위채 상환 요건을 명시하고 있으며, 롯데손보의 채권 인수계약서에도 해당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시장 및 감독당국과의 소통 없이 조기상환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적정 재무요건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롯데손보 재무상황에 대한 평과 결과가 확정되는대로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롯데손보는 주주 이익보다 투자자·계약자 보호를 우선시하고, 조속히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사안이 개별 회사의 건전성 문제에 국한된 것으로 보이며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흥국생명 사태와는 달리, 현재 국내 채권시장은 유동성이 충분한 상태라는 점도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