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5월 6일 8시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 매각 카드를 두고 갈팡질팡하던 가운데 매각 계획이 없음을 공식화했다. 당초 중국발 저가 공세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자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차원에서 매각을 서둘렀지만,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유럽의 반덤핑 관세 부과로 라이신 가격 반등 기대가 커지면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여기에 사료용 아미노산 중심의 그린바이오 부문 실적 회복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를 재정비해 수익성 회복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일찍이 중국, 브라질, 미국 등지에서 바이오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트립토판과 라이신 등 전략 품목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했다. 2023년 기준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 내 바이오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은 각각 23.1%(4조1343억원), 31.3%(233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17조8710억원) 중 바이오사업부는 4조2095억원을 차지했으며, 전체 영업이익(1조82억원) 중에서도 3130억원으로 30% 이상을 담당했다. 이 가운데 사료용 아미노산 중심의 그린바이오 부문이 전체 바이오사업 매출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부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의 수익성이 중국발 저가 공급 확대로 흔들리자, CJ제일제당은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바이오사업부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특히 라이신과 메치오닌 같은 주요 품목의 가격이 하락하고, 고수익 품목인 트립토판마저 경쟁 심화로 가격 압박을 받으면서 전체 수익성이 크게 위협 받았다. 이에 따라 유동성 확보와 사업구조 재편 차원에서 매각이 추진됐다.
회사는 바이오사업부의 몸값으로 5~6조원대를 희망했고, 초기에는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본입찰 단계에서는 중국계 전략적투자자(SI)인 광신그룹과 매화그룹만이 입찰서를 제해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CJ제일제당은 매각을 잠정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환율 변동성, 아미노산 시황 부진 등이 맞물린 탓에 매각 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 유럽과 미국이 중국산 라이신에 반덤핑 관세(58.3~84.8%)를 부과하면서 업황 개선이 기대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올 1월 유럽 내 라이신 가격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2.8유로/kg까지 급등했고, 2월에도 2.6유로/kg을 유지했다. 이는 곧 글로벌 라이신 시장의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회복과 함께 중국산 제품의 대체 수요 확보라는 기회를 맞게 된 셈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CJ제일제당이 당장 바이오사업부를 매각할 유인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매각 계획을 접고 수익성 회복을 위한 재정비에 돌입했다. 실제 트립토판, 이소류신 등 고부가가치 아미노산 품목의 매출 비중 확대에 힘쓰고 있으며, 기술 마케팅을 통한 고객 기반 강화와 제품 제형의 다변화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단기적으로 매각을 철회했을 뿐, 향후 여건이 안정되면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또 당시 희망 매각가였던 5~6조원대가 오히려 최적기였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 확대가 지속되고 있고, 유럽·미국의 반덤핑 조치도 지속성이 불투명한 한시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의 수익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반덤핑 이슈로 단기 반등 기대감은 얻었지만, 그린바이오 자체가 시황과 원재료 가격에 민감한 구조인 만큼, 본질적인 변동성이 크다"며 "중국발 공급 확대 기조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을 미룬 건 결과적으로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이오사업은 전망이 밝아 회사 입장에서도 급할 게 전혀 없다"며 "라이신과 트립토판 외에도 발린과 이소류신 등 스페셜티 제품군 비중을 10%대에서 20%대로 꾸준히 늘리면서 각개 품목에 대한 시황 변동성을 방어하고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최근 브라질 농축대두단백(SPC) 제조 전문회사인 CJ셀렉타 지분 매각을 철회했다. 당초 대두 기반 SPC 시장 내 경쟁 심화와 수익성 둔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바이오 포트폴리오의 효율화를 위해 매각을 추진해왔다. 2022년까지만 해도 연매출 1조1320억원에 126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수익 기반 역할을 해왔지만, 2023년에는 글로벌 대두 공급 과잉과 원재료 단가 하락, 북미·유럽의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31.7% 감소한 7729억원으로 줄고, 순손실(237억원)을 냈다. 지난해에도 매출 7140억원, 순손실 122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의 선행 조건 충족이 지연된 결과, CJ제일제당은 지난달 25일 매각 계약을 공식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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