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김인규 기자] 한때 포항의 심장부였고 ‘포항의 명동’이라 불리며 수많은 이들이 북적이던 중앙상가는 지금 너무도 처참한 현실에 놓여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던 이곳은 이제 을씨년스러운 빈 점포들만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650여개 점포 중 영업을 지속하는 점포는 불과 100여개 남짓. 포항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간 추억의 장소가 이렇게 무너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이 우울하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이 상황은 단지 시대의 흐름만 탓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상인들은 중앙상가의 몰락이 명백히 우리 포항시 행정의 무관심과 정책 실패의 결과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상인들은 상권을 살리기 위해 점포 벽을 허물고 피아노를 설치하며 자구노력을 이어왔다. 수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변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허무하게도 언론 기사 한 줄로 끝나버렸다.
무엇보다도 행정기관의 경직된 대응은 상인들의 절망을 더 했다고 전해진다. 도심 부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있어 장애가 되는 도로를 폐쇄해달라는 요청조차 ‘규정상 어렵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움을 넘어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말이 있다. 작은 무관심이 큰 파괴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지금 중앙상가가 처한 현실은 바로 이 법칙의 살아있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치된 골목, 닫힌 점포, 끊긴 발길 속에 한때 도시의 심장이던 상권은 점점 생명을 잃고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포항이 산업도시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면 과거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던 중앙상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시장 재직시절에 추진했던 ‘테라노바 프로젝트’의 모델이 됐던 일본 구마모토시의 사례는 우리 도시계획의 기본모델로 생각한다. 인구 75만명의 구마모토 중심상가는 밤늦도록 사람들로 가득하다.
깨끗하고 안전한 거리, 아케이드형 상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감각적인 점포와 이벤트 공간까지 우리가 참고하고 벤치마킹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이를 보면 단순히 하드웨어를 고치는 재건축이 아닌 콘텐츠와 사람을 중심에 둔 재생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중앙상가 주상 복합개발 추진위원회의 노력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추진위는 5000억원 규모의 대형 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중앙상가에 새로운 주거와 상업, 문화 기능을 불어넣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부 시민은 ‘대형 건설사가 없이는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고 행정기관 또한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의 충돌 우려를 이유로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다.
상인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간절히 바라는 ‘행정과의 연계’, ‘도시계획과의 조율’은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지금 포항에는 약 2만5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신도심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구도심은 더욱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일수록 행정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균형 발전은 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예산, 제도의 실질적 개입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데도 시민의 절실한 목소리를 “규정에 없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안일한 행정은 도시의 건강성을 오히려 갉아먹는 처사가 아닐까?
물론 상인들과 시민들만의 힘으로 이 거대한 변화를 이루기엔 부족한 점도 있다. 하지만 시작은 언제나 ‘공감’에서 비롯된다. 중앙상가에 대한 행정의 관심과 전략이 재정비된다면 시민과 상인이 힘을 모아 도심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구도심에는 여전히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낙후된 건물과 공실을 리모델링하여 청년창업 공간이나 공공문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상생 임대 정책을 더욱 실효성 있게 개선해 인구와 소비를 유도할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포항의 중심을 되살릴 골든타임이다. 매년 반복되는 계획과 미완의 사업이 아니라 이번만큼은 실현할 수 있는 도시재생 모델을 시민 중심으로 만들 때가 아닌가 싶다. 민간과 행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도시란 결국 사람이 사는 공간이고, 그 사람들의 땀과 애환이 깃든 구도심을 살리는 것은 도시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도시가 도시다울 수 있도록, 다시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포항의 중심인 중앙상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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