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4월 16일 11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이태웅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발행한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SK이노베이션이 E&S 산하 도시가스 사업 중간지주사를 상환 주체로 신규 발행한 RCPS의 전환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옵션 행사 주도권이 SK이노베이션에서 KKR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KKR의 도시가스사업부 인수 의지가 RCPS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SK이노베이션이 3조원 규모의 RCPS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전환권 행사 문턱이 낮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이는 SK E&S가 2021년 10월, 2022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3조1350억원 규모의 기존 RCPS의 전환 요건과 SK이노베이션과 합병 후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을 상환 주체로 신규 발행한 RCPS 전환 요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기존 RCPS의 경우에는 KKR이 전환권을 행사하더라도 SK E&S가 이를 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SK E&S의 보통주 1주당 가치가 KKR이 투자한 금액에 내부수익률(IRR) 17.5%를 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다. KKR이 SK E&S 측에 전환청구예정통지를 했더라도 SK E&S의 주당 가치가 이를 만족하지 않을 경우 KKR는 정식 전환 청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기준가치 미달로 전환 청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KKR이 보유 중인 우선주는 참가적 우선주로 전환되고 SK E&S는 이를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하면서 RCPS의 주도권이 SK이노베이션에 있다는 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17.5%의 IRR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비율 1대 1.1917417를 대입하면 RCPS 전환청구시점이 도래하는 2026년 SK이노베이션의 적정 기준가치가 49만1050원으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15일 종가 기준 9만7700원인 점을 비춰봤을 때 1년 내 주가가 402.6% 치솟지 않는 한 SK이노베이션이 RCPS 상환 권리를 유지하는 구조다. 초기 RCPS의 전환 및 상환 결정권을 SK이노베이션이 쥐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반면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이 새로 발행한 RCPS는 그렇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E&S시티가스가 발행한 2조4000억원 규모의 RCPS 전환 조건은 단순하다. KKR이 전환청구기간인 2027년 2월부터 RCPS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KKR은 E&S시티가스부산이 발행한 7350억원 규모의 RCPS에 대해서도 2028년 4월부터 전환 청구를 요청할 수 있다. 본계약에서 KKR의 전환권 행사에도 발행인의 상환권을 보장한 요건은 빠진 상태다.
전환권 행사에 따라 발행되는 신주 물량도 RCPS의 주도권 손 바뀜을 방증한다.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이 발행한 RCPS의 최초 전환가액은 6000원으로 동일하게 설정됐다. 여기에 RCPS로 조달한 자금을 대입하면 KKR이 전환권 행사 시 받게 되는 신주 물량은 E&S시티가스 4억주, E&S시티가스부산 1억2250만주다.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이 기발행한 주식 수는 각각 400만11주, 122만5000주다. KKR이 전환권 행사를 통해 도시가스 사업부 지분 99.01%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짜여진 셈이다.
SK이노베이션도 KKR의 전환권 행사를 담보하기 위해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의 기발행주식에 대해 1순위 주식질권도 설정해 놓은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이 사실상 KKR에게 E&S 산하 도시가스 사업부에 대한 경영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시장에선 KKR의 인수 의사가 RCPS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포인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해당 RCPS의 상환, 전환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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