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이태웅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가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와 매각을 논의 중인 가운데 정부의 승인 여부가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산업 경쟁력과 안보를 앞세워 첨단기술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산업당국이 이번 거래를 인가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일단 현행법령에 따라 퓨리오사AI의 피인수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특정기술기업이 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비공개 대상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며 "전략기술 선정은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지원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유기업이 신고하도록 의무화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퓨리오사AI 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투자나 M&A에 따른 기술유출 문제나 안보적인 역량을 판단해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번 거래에 대한 검토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말 심의한 '제5차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계획(이하 5차 종합계획)'과 무관치 않다. 5차 종합계획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경쟁력의 핵심이자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첨단기술에 대한 보호 강화가 골자다.
특히 5차 종합계획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의 인수합병 심사기준을 강화한 대목이다. 현행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의2에 의거해 피투자사인 전략기술보유자가 해외 투자자로부터 인수합병 등 투자를 유치하려는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직속 산업기술보호위원회와 투자 내용에 대해 심의를 진행한다.
하지만 5차 종합계획안은 심사제도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에 M&A 전문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투자자의 M&A 심사 시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만 검토했다면 앞으로는 산업기술 유출에 따른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검토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의 범위와 지배권 취득 기준(현행 50% 이상 취득) 기준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지배권 행사 여부, 타법 사례 등을 고려해 조정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타법 사례도 제시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의 기술 동향을 살펴보면 해당 국가 모두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수출, 투자 기준을 높여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퓨리오사AI와 메타의 딜을 정부가 앞장서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AI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첨단전략기술 등 핵심기술에 대해 저희 또한 승인 심사 여부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번 사안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퓨리오사AI 관계자는 "산업계 안팎에서 당국의 승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에서 (메타와의 딜을) 면밀하게 살펴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퓨리오사AI는 삼성전자와 AMD 엔지니어 출신인 백준호 대표가 2017년 설립한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2030년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AI 반도체 개발 프로젝인 'K-클라우드'에 참여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회사는 AI 추론에 특화된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 '레니게이드'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레니게이드는 지난해 8월 퓨리오사AI가 공개한 차세대 AI 반도체다. 2021년 선보인 첫 번째 AI 반도체 '워보이' 대비 전력 효율성이 300% 향상됐으며 실시간 추론 성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레니게이드는 엔비디아의 하이엔드 제품과 비교해도 전력 대비 처리 성능이 2배 이상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이러한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지난 4일 벤처캐피탈(VC) 크릿벤처스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는 8000억원으로 책정됐고 퓨리오사AI는 이를 기준으로 메타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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