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민지 기자] 신기함보다 무서움이 앞섰다. 최근 유튜브에서 BMW 공장에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의 움직임을 보고 느낀 감정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가 올린 'BMW 사용 사례'라는 짧은 영상에는 '하루 작업량 부품 1000대 배치, 신뢰도 7배 증가, 작업 속도 4배 증가'라는 자막이 달렸다. 특히 '신뢰도 7배 증가'라는 자막과 함께 손 끝을 하나하나 섬세히 움직여 부품을 놓는 영상 속 피규어02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힘도 세고, 움직임도 일정한 로봇에 까딱하다간 내 자리를 뺏길 수도 있겠다 싶은 인간 본연의 위기감이 들었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다. 불쾌한 골짜기는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감이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어쨌든 진정한 로봇의 시대가 왔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로봇 기술이 등장한 지는 오래됐지만, 기술적·비용적 한계에 부딪혀 오랜 기간 상용화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 로봇 기술은 발전했고, 양산 비용은 감소했다. 게다가 인건비는 올라가면서 이럴바엔 로봇이 낫겠다고 싶은 사용자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 로봇 시장이 개화하기 위한 조건들이 충족됐다.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로봇 시장의 잠재성을 확인하고 진출하고 있다. 여러 시장조사기관들은 이견 없이 글로벌 로봇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테슬라와 BMW는 이미 자사 공장에 '옵티머스', '피규어'와 같은 휴머노이드를 배치해 생산 라인에서 시범 운용 중이다.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도 하드웨어 업체들과 손잡고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과 LG도 이 같은 흐름에 가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휴머노이드 개발 경험이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LG전자는 지난 22일 AI기반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인 베어로보틱스 인수를 발표했다.
로봇 기업을 품은 삼성과 LG가 꿈꾸는 미래는 스마트 팩토리에 방점이 찍혀있다. 일단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다수 글로벌 기업처럼 자사 생산라인에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휴머노이드는 섬세한 움직임으로 인간만 할 수 있던 고도화된 작업을 수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는 LG전자는 일단은 휴머노이드보다 로봇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베어로보틱스가 로봇 제어 기술, LG전자가 과거 무선 사업부 경험을 통해 통신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보다 향상된 시스템이 기대된다.
우리는 '불쾌한 골짜기'를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 로봇을 굳이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 불쾌감을 유발해야 할까라는 고리타분한 고민보다 요즘에는 휴머노이드를 기존 로봇의 한계를 보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할 때다. 두렵지만 로봇과 함께할 미래는 지금이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의 로봇 시장 진출 속도는 늦은 편이다. 현재까지 휴머노이드 개발 여력이 있는 로봇 기업이 삼성전자가 손잡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유일하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불쾌한 골짜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에 발 빠르게 참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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