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지난해 400조원 규모를 넘어선 국내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시중은행 간 경쟁이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자금 확보 경쟁에 나선 주요 은행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앞세워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딜사이트경제TV가 최근까지 국내 4대 시중은행이 거둔 퇴직연금 현황 및 성과를 분석해봤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유의미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체 지주사 실적 전반의 개선은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의 실적에 힘입어 신한금융그룹은 5년만에 리딩금융 탈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지난해 성과 중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퇴직연금’ 영역이다. 기존의 강점을 살려 전체 적립금 그리고 수익률 측면에서 은행권 내 최상위급 성과를 냈다. 일부 상품군의 경우, 전년 대비 또는 전분기 대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도 기록했다. 다만, 타 은행 대비 수익률 둔화폭이 커 수익률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실물이전 제도, '제대로 효과 봤다'
신한은행이 갖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강점은 명확하다. 바로 ‘적립규모’다. 적립규모란 말 그대로, 퇴직연금 상품 운용을 통해 소위 ‘굴리고 있는’ 자금 규모다. 은행‧증권‧보험 등 현재 퇴직연금 상품을 공급 중인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은 퇴직연금 잔액을 쌓았다는 것이다.
22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45조9108억원에 달한다. 이는 약 42조원을 기록한 KB국민은행 보다 3조9000원 가량 앞선,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다.
비교대상을 전체 금융권으로 넓혀봐도 신한은행의 운용 규모는 단연 두드러진 수준이다. 현재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전체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적립규모를 기록중인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4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50조3264억원으로,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적립 규모 기준 ‘50조 클럽’에 가입했다.
2위인 신한은행과 1위 삼성생명의 격차는 약 4조4000여억원에 달한다. 결코 작은 격차는 아니지만, 충분히 1위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양 사의 격차는 5조8000여억원에 달했다. 불과 한 분기만에 적립액 격차를 1조4000억원이나 줄인 셈이다.
특히 눈에 띠는 부분은 지난해 10월 중순 시작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전후의 변화다. 당시 대다수 은행은 해당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집토끼 사수, 타 금융사 고객 유치에 집중하면서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했다. 더 많은 퇴직연금 가입자를 유치해 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 및 연금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적어도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실물이전 제도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바로 신한은행이었다.
실제 신한은행의 지난해 4분기 기준 DC형 잔액은 전분기(12조6000억원) 대비 9318억원, IRP 잔액은 전분기(42조7000억원) 대비 9441억원 늘었다. 이는 동일 조건 기준,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다.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시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금융소비자 발 '퇴직연금 무브' 흐름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쌓여가는 적립금, 수익률은 '아쉬워'
매 분기마다 주요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실적에 맞춰 대대적으로 자사의 성과를 홍보한다. 다만, 상당수 금융사는 매 분기마다 적립금, 수익률, 적립금 증가폭 등 성과로 내세우는 지표가 달라진다. 명확한 강점이 없다보니 분기별로 공개되는 지표를 통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을 매번 찾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신한은행도 이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간 신한은행은 매분기 퇴직연금 자료 공시에 맞춰 적립금과 관련한 대대적인 홍보를 지속해왔다. 적립규모, 적립금 증가폭 지표에서는 경쟁 은행사들을 상당부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은행의 확정급여형(DB) 적립규모는 16조7027억원으로 하나은행(16조8000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을 기록했다. 여기에 확정기여형(DC)과 IRP 또한 각각 13조6038억원과 15조6622억원을 기록하며 나란히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특히 금융권 전체에서도 DB형은 삼성생명, 하나은행에 이어 3위, DC형과 IRP는 모두 2위를 기록한 것 또한 눈길을 끈다.
다만, 신한은행이 그동안 자사의 강점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수익률 부문에서는 적립금 관련 성과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단 평가다. 실제 지난 4분기 말 기준, 신한은행의 DC형 수익률은 13.48%로 4대 은행 중 3위에 그쳤다. 개인IRP 또한 12.56%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DC형과 같은 순위다.
물론 신한은행의 7년 이상 장기 수익률은 타 은행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는 했다. 업계에서도 퇴직연금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수익률이 단기수익률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다만, 이제 막 퇴직연금에 가입한 소비자들 그리고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통해 금융사 간 이동이 한층 자유로워진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수익률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신한은행이 그간 가장 강점을 보인다고 자부해온 DB형의 수익률 둔화폭이 컸다는 점은 부담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4분기 DB형 전체 수익률(원리금 비보장 기준)은 7.99%로 전분기(12.32%) 대비 4.33%p 낮아졌다. 이는 같은 기간 KB국민은행(-3.95%p), 하나은행(-1.17%p), 우리은행(-2.54%p)의 하락폭 중 가장 큰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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