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이태웅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8월 발행한 2회차 사모 교환사채(EB)에 대한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통상 EB 발행 시 콜옵션을 설정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카카오게임즈가 자체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상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가 향후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2회차 EB 투자자 일부는 지난해 5차례에 걸쳐 교환권을 행사했다. 당시 행사 주식수는 7만6380주, 규모는 247억5000만원이었다. 해당 EB가 크래프톤 주식 83만3330만주를 교환대상으로 2700억원 규모로 발행된 점을 고려하면 전체 물량의 9.2%가 전환된 셈이다.
카카오게임즈가 EB를 발행한 지 3개월 만에 투자자들이 교환권을 행사한 것은 크래프톤 주가 우상향과 무관치 않다. 실제 투자자들이 교환권을 행사한 기간 크래프톤의 평균 주가는 34만27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카카오게임즈가 EB 발행 당시 기준주가 대비 15%의 프리미엄(할증)을 얹어 설정한 교환가액 32만4027원 대비 5.8% 높은 금액이다.
크래프톤 주가에 대한 증권가 전망도 교환권 행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NH투자·유안타·다올투자·메리츠·한화투자증권 등 18개 증권가가 제시한 평균 적정주가는 44만9444원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적정주가로 50만원을 제시했다. 크래프톤이 서비스 중인 배틀그라운드 시리즈를 비롯해 인조이, 서브노티카2, 프로젝트 아크 등 올해 출시가 예정된 신작들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크래프톤이 올해 CES에서 밝힌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두드러진다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 이처럼 차익실현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채권 투자자들이 즉각적으로 교환권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권 투자자뿐만 아니라 카카오게임즈의 향후 행보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EB 발행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발행금액의 25%인 675억원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도 카카오게임즈가 콜옵션 조건을 계약에 포함시킨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기업이 할증을 붙여 EB를 발행할 경우 콜옵션 조건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해당 EB는 만기이자율과 표면이자율도 각각 0%로 동일하게 설정될 만큼 카카오게임즈에게 유리한 조건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이 발행자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카카오게임즈가 일종의 차입격으로 EB를 활용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주관했던 EB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설정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콜옵션을 포함한 사례는 흔치 않다”며 “전환사채(CB)와 달리 EB는 콜옵션을 설정하는 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서 상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체 성장성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에선 2회차 EB 만기일이 2029년 8월이기 때문에 카카오게임즈가 시장 환경을 살펴본 뒤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지난해 발행한 2회차 EB는 (시장 상황이 안좋은 상황에서도) 우호적인 조건으로 발행했다”며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아직 콜옵션을 행사하진 않았고 (크래프톤) 주식을 다시 사들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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