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현대차증권이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금융당국이 다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오는 10일부터 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한차례 퇴짜를 맞은 현대차증권은 증권신고서 내용을 보강하고, 유상증자를 반대하는 주주들을 설득해왔다. 현대차증권 측은 영업자본 감소 우려와 늘어난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감독당국 요구에 정정신고서 제출...주주 달래기 나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1차 발행 예정가액은 주당 6640원이다. 이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총 2000억원.
신주배정 기준일은 이달 15일이며, 확정 발행가액은 내달 21일 산정된다. 별도의 변동사항이 없다면 오는 3월 신주가 최종 상장될 예정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1월 27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자금사용 목적은 △시설자금 1000억원 △채무상환자금 225억원 △RCPS(상환전환우선주) 상환 자금 775억원 등이다.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현대차증권 주가가 급락했으며, 주주들 역시 거세게 반발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신고서 내용을 보강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당시) 금감원으로부터 유상증자의 배경, 효과, 필요성 등을 상세히 기재할 것을 요구받았다”며 “해당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했고, 기존에 유상증자로 논란이 됐던 기업들과 다르게 유증의 이유가 상세히 설명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4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신고서에는 유상증자를 통한 사업확장 계획(시설자금 1000억원)과 유상증자 결정의 배경 등이 담겼다. 이번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개인주주와 유선미팅 110회, 대면미팅 8회를 진행한 사실도 언급하며 주주와의 소통에 노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증권은 정정신고서를 통해 늘어난 비용부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채무상환자금과 RCPS 상환자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RCPS는 발행사(증권사)로부터 투자금을 상환 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발행사는 투자자에게 우선배당률에 해당하는 배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현대차증권 RCPS의 우선배당률은 지난해까지 연 3.8% 수준이지만, 별도 상환을 하지 않으면 올해부터 약 7%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현대차증권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하려는 차입금은 기업어음증권으로 연 이자는 3.94% 수준이다.
영업자본 감소에 이자부담도 증가...자본조달 시급
영업자본 감소 우려도 이번 유증의 큰 이유 중 하나다.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업의 특성상 영업자본의 감소는 향후 사업의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23년 5월 후순위채 1200억원을 발행했는데, 후순위채의 경우 영업자본 인정기간이 5년으로 한정돼 있다. 시간제 영업자본인 셈이다.
특히 해당 후순위채의 연 이자율은 6.5%로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ROE(자기자본이익률) 6.16% 보다 높다. 영업자본을 늘려 순익이 증가했어도 이자로 빠져나가는 게 더 많다는 의미다. 현대차증권은 당시 후순위채로 들어온 자금을 모두 전자단기사채 상환에 사용했다. 같은해 1분기 현대차증권의 전단채 이자율은 3.69~4.41%로 후순위채 이자율에 비해 낮았다.
이자비용이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이자비용은 3325억원으로 전년도 전체(3447억원)와 비슷한 규모로 늘었다. 지난 2022년(1604억), 2021년(686억원)과 비교하면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증권의 현금 여력은 여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대차증권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497억원이지만 이중 대부분(6142억원)을 의무보유해야한다. CMA RP(환매조건부채권) 평균잔고 유지 등 감독당국의 규정을 맞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실적부진에 신용등급 하향 우려 겹쳐
현대차증권은 정정신고서에서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재무안정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것. 신용등급이 낮아질 경우 추가적인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증권은 이미 실적 부진 우려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23년 무보증 선순위 회사채 1000억원을 모집했는데 수요예측에서 850억원에 그치는 주문을 받았다. 2년물 500억원에는 600억원의 자금이 모였으나, 3년물 500억원 모집에서 250억원만 모집됐다.

당시 업계에선 자금 모집 실패의 원인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지적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이 3분기부터 부동산 경기하락을 반영하며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IB(기업금융) 부문 수익 역시 향후 추가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영업순수익에서 IB 부문의 비중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약 40%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는 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증권의 당기순익도 2022년 802억원에서 지난해 540억원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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