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현대차증권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증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순이익(EPS)은 1595원이다. EPS는 기업의 당기순익을 유통주식수로 나눈 수치로 1주당 얼마만큼의 이익이 귀속되는지를 나타낸다. 기업의 정책에 따라 EPS가 늘어나도 주주환원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EPS가 높을수록 1주당 주주의 몫이 커진 걸로 평가된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지배주주지분 당기순익 535억원에서 우선주인 RCPS(상환전환우선주)의 배당금을 제외해 보통주 당기순익 506억원을 산출했다. 이를 유통주식인 보통주의 주식수로 나눠 해당 수치를 구했다.

현대차증권이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3012만482주다. EPS의 분모에 해당하는 유통주식수가 기존 보통주식수(3171만2562주)와 비슷한 규모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EPS 하락과 주주가치 희석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이 지난해와 동일한 보통주 순익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유상증자 후 예상 EPS는 818원 수준이다. 기존 EPS 대비 50% 가까이 빠진 수치다.
물론 현대차증권이 유상증자로 들어온 자금을 RCPS 상환과 채무상환에 사용하겠다고 한 만큼 EPS 상승 요인도 있다. 다만 RCPS로 지불했던 우선배당금은 연간 29억원, 상환채무에 대한 이자는 9억원으로 지난해 보통주 순익(506억원)과 비교해서는 크지 않다.
유상증자를 통해 EPS의 분자에 해당하는 순익이 늘어날 수도 있다.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이 커지면 상품 판매 확대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자산 및 담보부 대출 △CMA(자산관리계좌) △ELB·DLB(주가연계사채·기타파생결합사채) 등 상품 판매 확대와 DCM(부채자본시장)과 ECM(주식자본시장) 등 기업금융 부문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영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영업가용 자본규모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딜의 종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상증자가 기존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가정하더라도 EPS 희석은 피하기 어렵다. 증자로 늘어나는 실질적인 자기자본의 규모가 기존 자기자본 대비 크지 않기 때문.
현대차증권이 유상증자로 확보하려는 자금은 2000억원이지만, 기존에 자본으로 분류됐던 RCPS를 상환하면 실제적으로 늘어나는 자기자본은 1225억원이다. 지난해말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1조2699억원)의 10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ROE(자기자본이익률)의 2배를 달성한다고 가정해도 늘어나는 당기순익이 5분의1이라는 의미다.
물론 현대차증권이 이번 유상증자로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로 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로 들어올 2000억원 중 1000억원을 시설자금으로 투입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위탁매매 부문에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의 편의성을 늘리고, WM(자산관리) 부문에서 VIP 고객 관리를 강화해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차증권이 시설자금 투자를 실제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현대차증권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실제 공모 자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액은 6640원이지만, 청약일 당시 주가에 따라 더 낮아질 수도 있다. 현대차증권은 최저 발행가로 액면가인 5000원 발행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시설자금은 자금사용 1순위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실제 집행금액이 바뀔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서 “자금 사용 목적별 금액은 모집가액 확정 시 변경될 수 있다”며 “시설자금의 경우 시장 동향과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집행시기, 실제 집행금액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주들의 돈으로 빚을 갚으면서 주주 가치 희석만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은 달라질 수 있지만 발행주식 수는 고정돼 있다. 기존 주주입장에서 보면 유상증자로 얼마가 모이든 EPS의 분모인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는 건 확정이라는 의미다.
특히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 공시 전인 지난 26일에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27배로 주가 저평가 상태였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순자산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회사의 청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높다는 뜻으로 주가 저평가 상태로 평가된다. 증권업종은 통상 PBR이 1배 미만인 곳도 적지 않지만 현대차증권은 같은 증권업종에서도 PBR이 낮은 편이다. 26일 KRX 증권 지수의 PBR은 0.5배다.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 2012년 이후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직원 상여금 명목의 5억5000만원 매입이 유일하다. 최근 연결 순익 기준 배당성향을 보면 지난 2021년 24% 대비 지난해 29.2%로 약 5.2%p(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서 “결산 배당 기준 연속 배당횟수 10회로 지속적인 배당성향을 기록중”이라며 “최근 3개년 평균 배당성향은 25.5%로 순익의 1/4 이상을 현금 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배당정책에 대해 “고배당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RCPS의 우선배당을 합한 배당성향이다. RCPS의 배당을 제외한 보통주에 대한 배당성향은 지난 2021년 21.55%에서 지난해 23.7%로 2.15%p만 올랐다. RCPS 발행 전이었던 지난 2018년의 배당성향(26.1%)과 비교하면 도리어 퇴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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