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만 속도를 올리면 이곳저곳 찌그덕 거리고 인포테인먼트 UI는 무슨 2000년대 초반 차보다 더 느린 거 같아. 차가 기본기가 없어. 이걸 대체 누가 사는 거야?”
[딜사이트경제TV 김완일 기자] 국내 런칭했던 한 중국 완성차 제조사의 SUV 모델을 시승한 자동차 기자 선배의 이야기다. 그는 오랜 역사를 지닌 자동차 제조사와 신생 중국 자동차 사이에는 아직 쉽게 줄일 수 없는 ‘갭’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자동차의 기본기’ 이야기다.
100년이 넘는 자동차의 역사 동안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시간과 공을 들인 기술로 자동차의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 올렸다. 그러나 친환경이란 전 세계적 화두와 테슬라가 가속한 전동화 시대는 우리의 예상을 훌쩍 넘는 속도로 빠르게 자동차 역사 페이지를 넘겼다.
갑작스레 도래한 새로운 자동차 시대에서 기존의 제조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무섭게 성장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신 전기차에 올인하는 전략을 통해 몸집과 영향력을 키웠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친 전기차 정책이 맞물리며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하며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과거 중국차에 대한 인식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고 어딘가 다른 차량을 모방한 듯한 디자인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중국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카피 제품들처럼 그들의 자동차도 저품질 모방품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마치 주홍글씨처럼 그들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현재 중국차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바뀌는 추세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는 현재 전 세계 전동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등 해외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기록하고 있는 높은 판매량이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을 입증한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연합 내 점유율은 지난해 21.7%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BYD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산 자동차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뒤쳐진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옛말이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다른 자동차 제조사를 흡수 합병하는 전략으로 자동차 관련 기술 노하우를 단숨에 쌓아 올렸다. 전기차의 최대 핵심 부품인 전 세계 1위와 2위가 모두 중국 기업일 만큼 중국은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주류로 편승한 중국 전기차는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물론 중국 자동차의 한국 진출이 처음은 아니다. 상용차와 버스 부문은 현재도 활발히 국내에서 활약 중이며, 승용차는 2017년 중국 국영 자동차 제조사인 베이징 자동차의 북기은상 켄보 600과 둥펑자동차의 ix5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부실한 마감 품질과 부족한 성능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중국차는 기본기가 부족하단 인식만 되새긴 채 철수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 13일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기업이자 전기차 제조사인 BYD가 2025년 한국 시장에 승용 부문 진출을 공식화하며 중국차의 재도전 소식을 전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YD가 생산하는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과 기본기를 입증하고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까닭이다. 출시 예상 모델로 꼽히는 전기 세단 씰은 2024년 유럽 올해의 차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고 한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이라 단정할 순 없다. 국내 소비자의 기준은 매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났기 때문이다. 성능과 품질 같은 차량의 기본기는 물론이거니와 첨단 차량 기술과 풍족한 옵션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다시 한번 중국산 자동차를 외면할 것이다.
BYD가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선입견은 물론 소비자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상품성은 필수로 갖춰야 한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활약하고 다른 완성차 보다 출발선이 늦은 만큼 전략적인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 BYD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 경종을 울려 주길 바란다. 특정 제조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 새로운 물결을 드리워 다시금 건전한 경쟁으로 전기차 산업 전반을 발전시키길 바라는 마음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경제TV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