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박민석 기자 ] 두산그룹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으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박민석 기자] 두산측에선 빠른 시일 내 정정 신고서를 제출해 변동 없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두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합병을 자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가 공시한 합병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두산그룹이 합병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시한지 약 2주 만이다.
앞서 지난 11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알짜기업'인 두산밥캣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비슷하게 평가받았다는 점이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금감원이 두산로보틱스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두산그룹이 증권신고서에 합병과 관련한 핵심적인 위험 요인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두산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 구조개편 관련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이 정정신고서를 요청함에 따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 신고서 효력은 정지됐다. 두산이 3개월 이내에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 신고서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두산그룹측은 이번 금감원의 보완 요구가 합병 과정에서의 '통상적인 절차'이며, 빠른 시일 안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논란 중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 조정에 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이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면서 이날 두산그룹의 주가는 일제 하락했다. 이날 지주사인 두산의 주가는 전일 대비 2만3000원(11.79%) 하락한 17만2000원에 마감했다. 두산로보틱스(8.02%)와 두산밥캣(6.16%), 두산에너빌리티(4.49%)도 하락했다.
모호한 합병 시너지·불공정한 합병 비율 두고 증권가·투자자 비판 여전
금융당국의 지적에도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나, 증권사와 투자자 등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사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크지 않고, 합병비율이 두산밥캣에 불합리하다는 것. 실제 두산밥캣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냈으나 두산로보틱스의 영업적자는 158억원을 냈다. 이 같은 수익 차이에도 관련법에 따라, 두산측이 시가 기준으로 주당 가치를 산정하면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은 1대 0.63로 결정됐다.
증권가에선 합병 시너지가 단기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두산밥캣 목표주가를 기존 6만4000원에서 5만 원으로 21.9% 내렸다. 이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는 장기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지분 교환 및 합병에 대한 두산밥캣의 가치 희석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교환에 성공해도 로보틱스의 가치를 지지하면서 시너지를 보이기에는 시차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불충분한 합병 리스크에 대한 고지와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대해 비판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난 22일 개최된 두산그룹 분할합병 문제점 관련 세미나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주주에게는 분할합병·주식교환으로 받게 될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초고 평가 상태, 주가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 요소"라며 "이 내용이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되고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포럼에서 두산밥캣 외국인투자자인 션 브라운 테톤캐피탈 이사도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은 날강도 짓"이라며 “적정 합병비율이 96 대 4인데, 49 대 51로 합병비율이 결정되며 밥캣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됐다"고 말했다.
일반주주 이익 고려 안한 '밥캣·로보틱스 합병'...이사회가 자진 철회해야
금융당국의 압박과 부정적인 여론에 따라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자체적으로 합병 철회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22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번 합병에서 주주 이익 검토가 빠졌다며, 3사(두산에너빌리티·밥캣·로보틱스) 이사회 재의결을 통한 합병 자진 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천 부회장은 "3사 이사회 의사록 어디에도 주주 이익을 위한 검토 내용은 없다"며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와 밥캣 이사회에서는 상장 1년 미만인 고평가 논란이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에 대해 반드시 검토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그룹만이 아닌 개별 회사 관점에서 이번 거래를 공시한 3사 모두 이사회를 다시 개최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번 합병이 이익이 되는지 상세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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